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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가 넣었어?" 서울 이랜드 박충균 감독은 선수가 아니라 팀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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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랜드 선수단이 지난 11일 성남과의 17R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후 팬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 이랜드 제공

"한용수가 넣은 건가?"

 

서울 이랜드의 수장 박충균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서울 이랜드는 11일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3 17라운드 경기에서 한용수의 결승골에 힘입어 2-1 짜릿한 역전 승을 거두었다. 서울 이랜드는 이번 승리로 승점 23점을 기록하며 성남을 누르고 리그 7위로 점프했다. 

 

이날 경기는 승점이 같아 다득점으로 순위가 나뉜 두 팀인 만큼 팽팽한 흐름으로 진행되었다. 전반 22분 성남 전성수의 빠른 드리블 돌파 이후 내준 공을 박태준이 골대 좌측 하단으로 꽂아 넣으며 리드를 먼저 가져왔다.

 

하지만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지훈의 부상으로 교체 투입된 성남 수비수 김훈민이 전반 추가시간 공을 처리하다 팔을 사용했고 이를 포착한 심판이 지체없이 페널티킥 판정을 내렸다. 서울E의 브루노는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의 추가 무너진 건 후반 25분이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성남이 걷어낸 공을 유정완이 인터셉트했고 슈팅까지 이어갔다. 이를 최필수 키퍼가 막아냈지만, 세컨볼을 한용수가 발을 뻗어 밀어 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성남은 센터백 강의빈을 톱에 올리며 강공을 펼쳤지만, 5백으로 전환한 서울 이랜드의 수비를 뚫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서울 이랜드가 승리를 거두었고, 성남을 3연패의 수렁으로 빠뜨렸다. 

 

경기 후에는 인터뷰가 관심을 끌었다. 이미 경기 전 인터뷰에서 서울 이랜드 박충균 감독이 "우리와 성남의 경기는 한일전도 아닌데 취재진이 많다"고 했다가 성남 이기형 감독에게 "무슨 한일전이야"라며 퇴짜(?)를 맞으며 화제가 된 상황이었다. 박충균 감독은 경기 후 부상 복귀한 주장 한용수의 득점에 대한 생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용수가 골을 넣었나? 정신이 없어서 누가 넣었는지 몰랐다"라며 반문을 했다. 이어서 "득점을 한 것보다 부상에서 복귀해 나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며,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가면서 우리 팀의 문화를 만드는 등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혹자는 어떻게 팀의 감독이 누가 득점했는지 모를 수 있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선수 하나하나보다 팀 전체를 보는 박충균 감독의 성향을 드러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 시즌 서울 이랜드는 부상자가 다수 속출하며 베스트 라인업을 구성하는데 큰 애를 먹었다. 이날 득점한 한용수를 비롯해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황태현과 김수안뿐만 아니라 아직 복귀하지 못한 츠바사, 이동률, 헤난, 호난, 윤보상 등 핵심 선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팀에 힘을 보태지 못했었다. 만약 선수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했다면 '누가 없어서 졌다'는 말로 안주하거나 흔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박충균 감독은 가용한 자원에서 최선의 라인업을 구성하고 어느 한 선수를 중심으로 하지 않는, 팀으로 움직이는 축구를 보여주었다. 시즌 초반 충북 청주FC에게 일격을 당하며 흔들리기도 했지만, 팀으로서의 시너지로 지난 5월 한 달간 4승 1무로 무패행진을 기록하는 등 최근 6경기에서 부산과 충북 청주와 함께 가장 많은 승점 13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이랜드는 A매치로 인해 2주간의 휴식기를 갖는다. 이 사이 부상으로 이탈했던 선수들이 상당수 복귀할 예정이다. 박충균 감독이 만들어낸 '하나의 팀'에 부상자들의 복귀는 더욱 강한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1위 경남과의 승점 차가 7점 차에 불과한만큼 휴식기 이후 서울 이랜드의 상승세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 스포리 박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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