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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박영우의 스포츠시야

[18. 1. 29 기사] 역사상 첫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과연 올바른 결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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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세계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권 대회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는 새러 머리 감독 © Jeon Han

역사상 최초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꾸려진다.

지난 17일, 남측의 평화의 집에서 열린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위한 차관급 실무회담을 통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을 하는 것을 포함한 총 11개의 항목의 공동보도문이 채택되었다.

만약 공동보도문이 현실화된다면 올림픽 역사상 첫 남북 단일팀 출전이라는 역사를 쓰게 되고,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공동 입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거세다. 평창 올림픽이 약 3주 남은 시점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정부의 결정은 올바른 결정이었을까? 한번 꼼꼼히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서로를 격려하는 대표 팀 선수들 © Jeon Han

가장 먼저 스포츠의 본질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 속에는 다양한 가치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정치적인 영역이다. 

스포츠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외교적인 관계에 있어 중요한 매개체로 활용되기도 하였고, 사회적인 갈등을 드러내는 역할도 했었다.

그의 예로 1971년 동서 냉전기에 미국 탁구 대표 팀을 베이징으로 공식 초청해 외교적 관계가 완만하게 풀렸던 '핑퐁 외교'를 들 수 있다.

중국 탁구 대표 팀과 미국 탁구 대표 팀의 친선경기가 펼쳐진 이후 얼음장같이 차가웠던 양국의 관계는 급속도로 온기를 탔고, 10개월 만에 역사적인 회담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이파이브 하는 대표 팀 선수들 © Jeon Han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섣불리 단정 짓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이고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은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지가 없는 상태에서 구성되는 남북 단일팀 출범은 오히려 남북의 갈등을 증폭시켜 엄청난 역풍이 되어 돌아오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핑퐁외교에서 중국의 미국 탁구 대표 팀 초대는 1971년 나고야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가 끝나고 난 후 이루어졌다. 즉, 선수들이 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데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기존 23명의 선수들에 북한 선수들이 더 들어오는 방식이라며 기존 선수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지만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총 23명의 엔트리에서 22명이 경기를 출전하는데, 아무리 23명+@로 엔트리를 구성한들 북한 선수를 1명이라도 출전을 시키려면 국내 선수가 뛰지 못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은 23명의 엔트리로 구성을 하는데 역사적인 남북 단일팀이라는 이유로 엔트리를 늘리는 것은 스포츠의 특성 중 규칙성이라는 부분이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규칙성이란 사전에 합의된 규칙이 있다는 것인데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깨뜨리는 것은 정치의 과도한 개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의 첫 상대인 스위스는 이러한 이유로 엔트리 확대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황이다.

정말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이를 허용하여 단일팀이 만들어졌다고 가정해 보아도 선수들 간 손발을 맞춰 볼 시간이 없다.

아이스하키에서 조직력과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아이스하키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 하지만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면 두 가지를 포기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선수들 © Jeon Han

남북 단일팀에 관한 얘기가 나올 때부터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들은 마음고생에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이낙연 총리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는 메달권이 아니며 순위 상 큰 차이가 없는 북한과 섞여서 뛰어도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짓는 발언을 하였다.

프로 리그도, 실업 리그도, 심지어는 초, 중, 고 팀도 없는, 오로지 국가대표의 영광과 자부심만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이 '메달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만만한 종목과 그 종목의 선수로 취급받고 있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더욱이 메달권이 아니라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팀을 더 지원하여 팀 전력을 강화시키는 방안을 생각을 해도 모자라는 판에 사상 처음 올림픽에 출전하는 팀에게 심리적 동요를 안겨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어 보인다.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아이스하키 단일팀 반대합니다'라는 글에 동의한 사람이 2만 명(18일 오전 3시 50분 기준)이 넘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올림픽 역사상 첫 남북 단일팀이라는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일이 이루어지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여론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 결정을 곱씹어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당시 네이버 뉴스에 올라온 기사>

https://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047&aid=000217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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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정도로 반향이 클 줄 몰랐다. 지금까지 올라온 기사는 댓글이 많아봤자 수십개였다. 그런데 내 기사에 수백개의 댓글이라니. 기자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계기였던 것 같다. 스포츠로 세상에 반향을 일으키자. 이 신념으로 끊임없이 꿈을 쫒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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