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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박영우의 스포츠시야

[박영우의 스포츠시야] 손혁 감독이 정말 야구를 공부하기 위해 사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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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 전 키움 감독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더 스포리=박영우 기자] 지난 8일 프로야구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팀을 리그 3위까지 올려놓은 손혁 감독이 자진사퇴를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키움 구단은 손혁 감독의 사퇴 이유가 '성적 부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0개 구단 중 3번째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기에 충분한 명분이 없다는 점과 자진사퇴로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키움 구단측이 잔여 연봉을 보장해준다는 점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야구계에 오랫동안 몸은 담은 이순철 해설위원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그렇게 되면 그 감독을 해임시킨 사람이 감독을 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손혁 감독은 사퇴후 취재진에게 "제가 역량이 부족했고 채울 것이 많아 사퇴하게 됐습니다. 더 공부하며 노력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을 갖을 계획입니다. 그동안의 고마움 항상 맘속에 간직하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이 문자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가 '손혁'이라는 야구인을 처음 알게된 것은 '손혁의 야구교과서'라는 책을 통해서이다. 야구선수의 꿈을 일찍이 접고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야구를 공부하고 싶어 수도 없이 이 책을 읽으며 공부했다. 하도 많이 읽고 책에 중요한 부분을 메모해놓아 지금은 책이 너덜너덜할 정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손혁'이라는 야구인이 얼마나 전문성 있게 공부하고 심도 있게 연구하는지 알 수 있었다. 공부한 코칭법을 적용하고 또다시 책을 통해 공부하면서 그 변화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손혁 코치는 SK의 투수코치로 자리했었다. SK의 투수코치 부임 후 전반기 팀 투수 평균 자책점 1위, FIP 1위, WHIP 1위, WAR 1위, 직구 평균 구속 1위, 탈삼진 1위, K/BB 1위 등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손혁 코치가 이론적으로 공부한 것들이 현장에서 잘 적용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때부터 필자는 '손혁'이라는 야구인은 '학구파 지도자'로써 성공을 이어갈 사람으로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2020시즌을 앞두고 키움에서 손혁 코치에게 감독 제의를 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고도 재계약을 하지 못한 장정석 전 감독의 후임 감독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이 있었겠지만 이를 안고 키움의 새 감독으로 부임했다. 박병호의 부진, 실력 미달로 방출된 외국인 타자 모터와 그 대체 선수로 영입된 전직 메이저리고 러셀의 부진까지 이를 모두 극복해내며 팀을 3위까지 끌어올렸다. 물론 2019 시즌 2위를 기록한 것에 비해 순위는 약간 떨어졌지만 타선의 부진으로 팀 타율이 0.282였던 지난해와 달리 0.272까지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좋은 성적이다. 팀 ERA는 3.60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이번 시즌 4.48로 1점 가까이 높아졌지만 리그 ERA 순위를 놓고 보면 지난해 3위에서 이번 시즌 2위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팀을 조금씩 발전시키며 준수한 성적을 보여준 감독이 리그 종료를 몇경기 앞두고 성적 부진으로 자진사퇴를 한 점은 너무나 말이 맞지 않다고 느껴진다. 더군다나 오랜 기간 공부하며 자신만의 야구 이론을 갖추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며 결과를 만들어낸 감독이 역량이 부족해 더 공부하겠다니. 참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물론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 중에 부족한 부분이 없는 감독이 없을까. 우스갯소리로 그러한 완벽한 사람이 있다면 KBO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감독하고 있지 않겠는가. 많은 언론들이 의심하는 것처럼 프런트의 외압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앞뒤가 맞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구단이 팀을 떠난 손혁 감독에게 돈을 주면서까지 야구 공부를 하라고 지원을 하고 배려한다는 것인데, 냉철한 프로의 세계에서 그러한 훈훈한 장면이 나올 수 있을까. 팬들과 언론의 눈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장정석 감독의 재계약 포기 때처럼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라는 오판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이 문장에는 주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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