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골키퍼는 이제 더 이상 기피 포지션이 아니다. 그만큼 현대 축구에 있어서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우리는 골키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인터풋볼'이 준비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최초의 무실점 경기 골키퍼이자, 골키퍼의 스타플레이어 시대를 열었던 '레전드' 최인영이 차원이 다른 축구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집자주]
지난 주말에는 여유가 있어 K리그 개막전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정말 재미있게 K리그를 보면서 K리그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필자의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보여 줬다. 이런 투혼에 많은 박수를 보내주었다. 대한민국 축구가 한 단계 도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국가대표 선수 중에는 유럽이나 중동 등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선수들이 많이 있지만 대한민국축구 수준을 높이려면 K리그가 발전해야 하는데, 2023시즌 개막전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된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는 '라이벌' 전북 현대를 상대로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승리를 따냈고,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또한, 이번 시즌 1부로 승격한 대전하나시티즌도 강원을 만나 승리했고, 지난 시즌 K리그2 챔피언 광주FC도 수원 삼성을 1-0으로 제압했다. 승격 팀의 경쟁력을 볼 수 있는 두 경기였다.
포항 스틸러스는 홈에서 대구FC에 3-2 역전승을 거두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고, FC서울 역시 안방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2-1로 제압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특히 서울은 황의조, 임상협 등을 영입하며 K리그 강호로 다시 올라설지 관심사다.
K리그2도 축구 팬들의 관심 속에서 개막했다. 신생팀인 충북청주FC와 천안시티의 합류로 더 치열한 순위 경쟁을 예고하고 있고, 특히 이번 시즌은 어떤 팀이 K리그1으로 올라갈 것인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한번 K리그2로 내려오면 다시 올라서는 것은 힘든 일이다. 부산, 경남, 전남 등 과거 1부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팀들도 현재는 K리그2에 있다.
필자가 K리그를 집중해서 보면서 유럽의 축구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유럽 축구에서는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면 모든 선수들이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해 득점을 노리는데, K리그에서는 중앙 수비수가 상대의 공격을 끊어내면 공격 가담 대신 수비로 돌아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진행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상대 진영에서 수비로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이 점만 바뀌어도 축구 템포가 상당히 빨라질 수 있고, K리그의 경쟁력이 더 좋아질 수 있다. 빠른 전개로 속도감 있는 경기를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지도자들도 보다 더 적극적인 경기를 하게끔 유도를 해야 한다.
글=최인영(1994년 미국 월드컵 국가대표 골키퍼)
최인영 골키퍼는 한국의 전설적인 골키퍼 중 한 명으로 4번의 아시안컵에서 수문장을 맡았던 선수 출신의 칼럼리스트이다. 선수 출신의 관점으로 K리그를 바라보며 공수전환의 속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빠른 공수 전환이 되지 않아 K리그의 축구 템포가 다소 느린 점이 K리그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스포츠 산업을 공부하고 있고 현재 프로축구연맹에서 축구산업아카데미를 수강 중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관점이 조금은 다르다. K리그는 현실적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가 될 수 없다. K리그를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니다. 인프라의 차이, 환경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경기장 잔디의 차이가 있다. 유럽리그는 대부분 추춘제로 리그가 진행되며 한기에 강한 한지형 잔디를 활용한다. 이 잔디의 특징은 관리가 잘 이루어진다면 사계절 내내 푸른 잔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유럽의 5대리그 구단들은 잔디 열선과 인공 햇빛과 자동 물 분사가 가능한 잔디 관리 장비를 20~30대 보유하고 있다. 시즌이 마무리되면 매번 새로운 잔디를 갈아 심는다.
K리는 어떠한가. 몇 년째 잔디를 바꾸지 않는 경기장이 대부분이다. 난지형 잔디로 추운 날씨에 갈변하여 시즌 초와 말에 경기장의 미관뿐 아니라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퀄리티가 좋지 않은 상태를 보여준다. 잔디 열선을 가진 경기장은 거의 없고 관리 기구 역시 크게 부족하다. 이러한 경기장에서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선수들의 잔디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이다.
유스 시스템의 차이도 있다. 선수 개개인의 발전과 창의성을 기르는데 초점이 맞추어진 유럽의 시스템과 달리 한국의 축구는 승리 지향적, 목표 지향적인 경우가 많다. 이번 대학 축구 대회에서 경기대와 연세대가 더 약한 상대를 다음 라운드에서 만나기 위해 승부를 조작하듯 볼을 돌리며 의도적으로 20분가량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만 보아도 그렇다.
그럼에도 K리그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필자는 이 산업에서 발을 떼지 않고 있다. 가장 가까운 J리그의 CSR 사례들을 살펴보면 왜 축구 수준이 낮은 3~4부리그도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지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선수들과 구단들은 끊임없이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필요하다면 구단 내 인력들과 자본을 투자해서라도 지역 주민의 편의를 개선시키고자 노력한다. 그러한 진정성이 전달되었을 때 팬들은 경기를 보고 찾는다.
태국의 사례를 살펴보아도 단장이 주도적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할인 혜택,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제공한다. 팬들은 그러한 아이덴티티를 이어받아 구단에 도움이 되고자 구단의 스폰서 제품을 더욱 소비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방면으로 드러낸다.
결국 K리그의 발전은 소통과 팬들을 끌어드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K리그 개막전의 성공은 연맹이 이러한 부분을 잘 공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북과 울산의 현대가 더비는 아마노 선수의 이적 사건으로 더더욱 라이벌티를 강화했고 개막전 첫 경기로 배정하여 기대감을 높였다. 대전과 강원의 경기 역시 과거의 ‘볼보이 사건’으로 인해 확실한 라이벌티를 형성했고 자연스레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K리그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기력 역시 중요하지만 이러한 스포츠 산업 분야의 관점에서 사람을 모으고, 관심을 증대시키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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