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포리=박영우 기자]안지만이 KBO 리그 문을 두드린다.
KBO는 법률적 검토 끝에 지난 11일, 안지만의 선수 복귀 신청을 승인했다.
안지만은 한때 역대 최고의 중간 계투로 손꼽히며 2011년부터 2015까지 이어진 삼성의 왕조를 이끌었던 선수이다. 특히나 커리어 동안 쌓은 177홀드와 2015년에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 홀드 37홀드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압도적인 기록이다.
하지만 그의 복귀를 야구계에서는 반기지 않는 눈치다. 왜 그럴까?
냉정한 팬心, 따듯한 시선 받기 어려워
안지만은 2015년 해외 원정도박 사건, 2016년에는 불법 도박 사이트 개설 혐의에 연루되었다. 그리고 2018년 5월, 긴 재판 끝에 안지만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KBO로부터 부정행위와 품위손상 행위를 이유 1년 유기 실격 처분을 받았다. 이 처분이 지난달 23일부로 만료되어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31일, 안지만은 KBO에 선수 복귀 신청을 통해 KBO 리그 복귀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팬들은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던 당시 혐의 사실을 부정하며 거짓말을 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2015년 말 해외 원정도박 의혹이 제기되자 안지만의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는 한국시리즈 명단에서 안지만을 제외했다. 안지만은 해당 사실은 완강히 부인했고 구단과 팬들은 그를 믿어 2016 시즌에 명단에 포함시키며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2016년 8월 안지만이 도박사이트를 개설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팬들은 배신감에 등을 돌렸고 구단은 KBO에 계약 해지를 요청하며 그를 방출 시켰다.
안지만의 KBO 리그 복귀 가능성에 대한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눈에 보이는 LOSE-LOSE 영입, 구단도 부담
구단 입장에서도 안지만의 영입이 부담스럽다.
일단 선수로서의 능력부터 확신이 없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되기 전까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았지만 안지만은 2016년 8월 방출 이후 약 3년간 실전 경험이 없다. 36살이라는 나이 역시 걸림돌이다. 경기를 꾸준히 뛰었어도 기량 하락이 우려되는 시기인데 프로에서 오랫동안 벗어난 선수를 굳이 영입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차라리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구단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시선도 외면할 수 없다. 프로구단 입장에서 팬들의 의견에 반하여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팬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곧 구단의 이미지인 점을 고려할 때, 구단의 이미지를 넘어 모기업의 이미지를 망칠 수 있는 리스크를 감행할 구단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안지만의 인터뷰 기사를 포함해 안지만 복귀와 관련된 기사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을 살펴보면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실력을 떠나 스포츠인으로서 부적절한 행동, 다른 잣대 들이밀지 말아야
물의를 일으킨 선수가 징계를 받은 사례가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안지만과는 다른 처분을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 LG트윈스 선수 박현준이다. SK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성한 박현준은 이듬해 LG로 팀을 옮긴 뒤 2011시즌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18이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2012년, 박현준을 향하던 팬의 환호성은 비난으로 바뀌었다. 박현준은 2012년 2월 승부조작 사건의 연루되었고 결국 이를 시인하며 LG 유니폼을 벗게 되었다. 이후 KBO로부터 영구 정치 처분을 받아 박현준의 선수 인생은 끝이 났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외야수로 뛰었던 정형식이다. 빠른 발과 야구 센스로 촉망받던 정형식은 2014년 8월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고를 냈고 이를 구단에 알리지 않고 경기까지 뛰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구단은 정형식을 임의탈퇴 조치했고 현재까지도 임의탈퇴가 풀리지 않은 상태이다.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 대해 확실한 징계를 내렸던 앞선 사례들과 달리 안지만에게 KBO 복귀를 허용하는 것은 잘못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일이다.
작년 말 정운찬 KBO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클린 베이스볼'을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초 NC 구단 직원의 사설 토토 베팅 사건부터 LG 윤대영의 음주운전 사건, LG 선수단의 카지노 사건 등 이미 '클린 베이스볼'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원정도박과 사설 도박 사이트 개설 이력이 있는 안지만을 KBO가 선수로써 복귀를 허용한 것은 '클린 베이스볼'의 진정성마저도 의심을 살 수 있는 결정이다.
야구뿐 아니라 스포츠계 전체에서 불법 도박 근절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데 안지만의 KBO 리그 복귀 승인으로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수도 있다.
KBO는 안지만의 선수 복귀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구단들도 스포츠계의 노력이 빛을 바라지 않도록 단호하고 냉정한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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